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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일 금요일

캐나다 이민 시범 사업 (Pilot Program) 총정리

세상은 줄 세우고 순위 매기기를 좋아합니다. 물론, 이해는 됩니다. 수요와 공급의 문제니까요. 이민도 그렇습니다. 해마다 1월이면 각 분야의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미국 유명 저널 ‘US News & World Report’의 ‘랭킹’에서 캐나다는 ‘살기 좋은 나라’ 선두에 있고, 우리나라에서 조사한 ‘이민 가고 싶은 나라’에서도 선두에 있으니까요. 사람은 많고 자리는 적으니까요.

지금까지 살펴본 이민 프로그램도 그렇습니다. 점수를 매겨 순위를 정한 후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학점 걱정도 지긋지긋했는데 이민 수속하면서까지 점수에 시달려야 되나” 푸념도 할 만합니다. 여기 그런 걱정 없는 이민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다만, 한시적으로 운용되고 인원 제한도 있어서, 가능한 한 빨리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오늘 다룰 이민 이야기는 연방 정부와 일부 주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시범 사업(Pilot Program) 이민입니다.

파일럿 프로그램 도입 과정

2012년 캐나다 연방 정부는 ‘이민 개혁’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민 제도를 대폭 뜯어고친 ‘이민 난민 보호법(IRPA: Immigration and Refugee Protection Act)’을 내놓았습니다. 발표 당시 영주권자가 시민권 받는 과정을 너무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수속 적체와 정착 지역 집중 문제를 대체로 잘 풀어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개혁으로 이민의 경로가 다양해지고 주정부 재량권이 확대된 것은 물론 기존에 없던 ‘경제 이민’이란 명칭과 ‘파일럿 프로그램(Pilot Program)’이란 분야가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여기에다 새 이민법은 연방 ‘이민 난민 시민권부(이하 이민부)’에 한 가지 권한을 부여했는데, 그것은 새로운 이민의 경로를 의회를 통하지 않고 직접 신설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법 개정 이전에는 이민부가 의회에 개정안을 제출하면 연방 의원들이 심사하고 토론한 뒤 표결에 부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방식은 민주적이긴 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개정된 법은 심사와 결정을 의회에 맡기지 않고 이민부가 직접 새로운 이민제도를 시행하되, 임시 시범 사업으로 시작해서 그 추이와 결과를 관찰하고 검증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입니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최장 5년간 운용해본 뒤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폐기하고, 결과가 좋으면 정식 이민 스트림으로 승격돼 새로운 경로로 자리 잡게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출범해 2018년 정식프로그램이 된 ‘연방 창업 이민(SUV: Start-up Visa)’과 올해 정식 스트림으로 승격된 ‘대서양 연안 이민(AIP: 2017년 Pilot)’입니다. 반면, 2015년 선을 보인 ‘벤처캐피탈 펀드’ 파일럿 프로그램은 반응이 별로 없어서 이듬해 폐기됐습니다.

선착순 제한

이렇게 좋은 파일럿 프로그램이지만, 여기에도 어쩔 수 없는 ‘제한’은 있습니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한 해에 2,750명으로 지원자 수를 제한하기 때문에 조기에 마감될 수도 있습니다. 매년 1월 1일에 접수하기 시작해서 정원이 차면 그 해 접수는 중단되고 이듬해로 넘어갑니다. 실제로 ‘차일드 케어 파일럿(Child Care Pilot)’은 올해 정원이 한 달도 안 돼 다 차서 1월 17일에 마감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제한은 선착순 제한이므로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닙니다.

5월 현재 파일럿 프로그램

2022년 5월 현재 연방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파일럿 프로그램은 5개이며, 주정부 추천 이민 중에서는 퀘벡주의 ‘정보통신’과 ‘잡역부’ 등 2개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오늘은 연방 정부 파일럿 프로그램 중 조기 마감된 ‘차일드 케어 파일럿’과 난민을 대상으로 한 파일럿을 제외한 3개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요양보호사 파일럿 프로그램 (Home Support Worker Pilot)

‘Home Support Worker’는 일반적인 가사 도우미 (Housekeeper)가 아니라 병으로 요양 중인 어르신, 장애인 등을 근접 간호하며 음식 준비도 하는 전문 인력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사한 직업이 요양보호사라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자격증을 따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격 조건

채용 제안서(Job Offer)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원칙적으로 지난 3년간 최소한 24개월 이상의 근로 경력이 있어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채용 제안서는 그렇다 하더라도, 근로 경력이 걸림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이민부는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도 요양 보호사 일을 하면서 이민 수속을 밟을 수 있도록 노동 허가(Work Permit)와 영주권을 동시에 신청할 수 있도록 했으니까요. 영주권 심사를 기다리면서 경력을 쌓을 기회를 준 것이지요. 이는 요양 보호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급증하는 반면 해당 인력을 구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이 파일럿에 지원하려면 NOC 4412(요양 보호사)에 해당되는 주 30시간 이상 풀타임 채용 제안서(Job Offer)가 있어야 합니다. 이때 유의해야 할 사항은 고용 관계 준칙을 지키지 않아서 이민부가 ‘부적합(ineligible)’으로 분류한 회사와 음란물 관련 기업이 발행한 Job Offer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언어 능력 및 학력 인증

언어 능력 제한은 있는데, 이것은 요양 보호사 업무상 지극히 당연합니다.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등 언어의 네 가지 영역에서 CLB 5등급 이상을 요구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문대를 1년 이상 다닌 학력이 있는 사람이 지원할 수 있는데, 캐나다 이외 국가의 학력은 학력 인증(ECA)을 받아야 합니다.

수속 중 특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기 전에는 요양 보호사가 한 번 사용자를 만나면 2년 동안 고정돼 일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사용자가 외국인 보호사에게 소위 ‘갑질’을 한 사례가 드러나면서 파일럿으로 지정된 2019년 이후부터는 사용자를 자유롭게 바꿔 직장을 옮길 수 있게 허용됐습니다. 또한, 일부 사용자들이 외국인 노동자가 직장을 바꿀 때마다 Work Permit을 새로 신청해야 한다는 점을 악용해 외국인 근로자를 착취한 일도 있어서, 한 번 받은 Work Permit은 사용자가 바뀌어도 유효 기간까지는 인정하는 것으로 법을 개정했습니다. 게다가, 예전에는 지원자가 가족 동반 없이 단독 입국해서 영주권을 받을 때까지 혼자서 생활해야 했지만, 이제는 입국 시 가족을 동반할 수 있도록 바꾸었습니다.

농식품 부문 시범사업 (Agri-food Pilot Program)

과거에는 외국인 숙련 노동자들이 단기 노동 허가(Work Permit)만 얻어 입국해 육류 가공, 버섯 재배, 온실 농사 등 농식품 부문의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캐나다 정부는 이를 확대해 영주권을 받을 기회를 주려고 파일럿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5년이 아닌 3년 한도로 2020년부터 시작됐으며 아직 2,750명의 정원이 차지 않아 5월 현재 접수하고 있습니다. 이민부 지정 직종에서 받은 Job Offer가 있어야 지원이 가능합니다. 풀타임으로 주당 30시간, 그리고 특정 계절에만 일하는 게 아니라 사계절 일할 수 있는 정규직 Job Offer라야 합니다. 단, 퀘벡주에서 받은 Job Offer로는 이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없습니다.

해당 직업군과 자격 조건

이민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NOC 유형 B, C, D 경험 근로자에 한하며, 해당 직업군은 아래와 같습니다.

  • NOC B 6331 – 정육 소매점 종사자 (butcher)
  • NOC B 8252 – 농장 감독, 전문 축산근로자
  • NOC C 8431 – 일반 농장 근로자
  • NOC C 9462 – 도축장 푸주한
  • NOC D 8611 – 작물 수확 근로자
  • NOC D 9617 – 육류 가공 근로자

지원자는 지난 3년간 위 직업군 중 하나 이상의 업종에서 주당 30시간, 최소 1년 이상의 풀타임(1,560시간) 근로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연봉 최저선 제한 규정이 있는데, 노조가 없는 회사에서 Job Offer를 받았다면 연방 고용부가 만든 취업 관련 포탈(Canada Job Bank)’에 공시된 동일 업종의 중간치 임금을 넘어서야 지원할 수 있습니다. 노조가 있는 회사에서 받은 Job Offer는 연봉 액수를 따지지 않습니다.

언어 능력 및 학력 인증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등 언어의 4개 영역에서 CLB 4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고, 고졸 이상의 학력이면 됩니다. 물론, 해외 학력은 학력 인증(ECA)을 받아야 합니다.

정착 자금 증빙

이민부는 정착 자금 증빙도 요구하는데, 가족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현지에 남아 있는 가족 수를 반드시 밝혀야 하고, 그 숫자에 맞는 정착 자금을 갖고 입국해야 합니다.

가족 구성원 수 정착자금
1 $13,213
2 $16,449
3 $20,222
4 $24,553
5 $27,847
6 $31,407
7 $34,967
한 명 추가될 때마다 $3,560

시골 북방 이민 시범사업 (RNIP: Rural North Immigration Pilot)

이민을 받는 가장 큰 목적은 ‘자국 내 인구가 줄고 노동력이 부족한 지역에 외국인 청장년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라는 데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을 것입니다. RNIP가 이 목적에 가장 부합되는 이민 프로그램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주로 북부 온타리오와 캐나다 서부 지역의 북쪽 시골 마을 11곳을 선정해서 이 파일럿 프로그램을 열었는데, 광역시 또는 인구 20만명 이상의 도시에서 최소한 75km 이상 떨어진 소도시로 인구가 5만명 안팎인 곳입니다. 물론 개중에는 인구가 10만명이 넘는 곳도 있습니다. 이들 11개 시(우리나라로 치면 군 수준)의 웹사이트에서 RNIP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 및 구인 직종 등이 나와 있습니다.

참여하는 시

(ON은 온타리오, MB는 마니토바, SK는 사스케츄완, AB는 알버타, BC는 브리티시 콜럼비아주)

자격 조건

RNIP 지원자는 반드시 해당 지역의 추천서를 받아야 하고, 그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지난 3년간 1년 이상(1,560시간), NOC 0, A, B, C, D 유형의 근로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 NOC 유형 0은 관리직입니다. 인사관리자, 광산관리자, 식당관리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 NOC 유형 A는 전문직입니다. 의사, 간호사, 약사, 엔지니어 등 최소한 학사 이상의 학위가 있어야 하고 대부분 면허증이 필요한 직업군입니다.
  • NOC 유형 B는 전문기능인입니다. 특정 분야의 지식도 있어야 하고, 손재주도 필요한 기능인력들입니다. 배관공, 쉐프, 전기기술자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 NOC 유형 C는 ‘중급 기술 인력’으로 불리는데 최소한 고졸 학력에 특정 직업교육을 필요로 하는 도축장 정육업 종사자(Butcher), 요식업계 종업원, 트럭 트레일러 운전기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 NOC 유형 D는 보통 취업한 뒤 현장에서 업무 교육을 받는 단순 노무직입니다. 농작물 수확 인부(fruit-picker), 청소부, 잡역부 등이 해당됩니다.

유학생은 근로 경험이 없어도 되지만, 최소한 지난 2년간 전문대나 대학을 다닌 사람이거나, 석∙박사 학위를 받은 지 18개월이 지나지 않은 사람이어야 지원할 수 있습니다.

언어 능력 및 학력 인증

언어 능력은 직군별로 다릅니다. ▲NOC 유형 0과 A는 CLB 6등급 이상 ▲NOC 유형 B는 5등급 이상 ▲NOC 유형 C, D는 4등급 이상을 요구합니다. 학력 조건은 고졸 학력 또는 대학 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해외에서 받은 졸업장이나 학위는 역시 ECA를 받아야 합니다.

정착 자금 증빙

다른 이민 파일럿과 마찬가지로, 동반 입국하지 않는 가족 수도 밝히고 수에 넣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도시에서 떨어진 소도시에 정착한다는 점을 감안해서 정착 자금의 금액은 다른 파일럿 프로그램에 비해 적습니다.

가족 구성원 수 정착자금
1 $9,096
2 $11,323
3 $13,920
4 $16,902
5 $21,621
6 $21,621
7 $24,071
한 명 추가될 때마다 $2,450

RNIP는 처리 기한이 빠른 편입니다. 익스프레스 엔트리처럼 지원서류를 접수하고 6개월 안에 추천 여부가 결정됩니다. 정착 지역이 규모가 작은 시골 소도시란 점을 빼면 주정부 추천 이민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영주권을 받으면 반드시 그 지역 사회에 정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야 추천 받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Pilot Program:

이민부는 조만간 ‘지방 자치단체 추천 이민(Municipal Nominee Pilot Program)’을 선보이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주정부추천 이민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인데, 영주권을 받은 후 정착지 조건이 ‘주(Province)’가 아니라 ‘중소 지자체’로 좁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파일럿 프로그램은 위에 소개한 RNIP보다는 다소 규모가 큰 시를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은데, 아무래도 RNIP의 운용 결과에 따라 시작 시기와 운영 방식이 정해질 듯합니다.

Imagine there’s no SCORE!

존 레넌이 노래했지요? ‘나라가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Imagine there’s no countries)’ 맥락은 다르지만, 이민자들의 꿈이 바로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인데, 그 경계에 스코어가 있습니다. 그 스코어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꿈에 화답하듯, 여기 스코어가 없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점수 몇 점 때문에 마음 끓이기 싫은 분에게는 이들 연방 파일럿 프로그램이 안성맞춤일 것입니다. 종사해야 할 업종이 다른 이민 프로그램에 비해 육체적으로 다소 힘든 업종이 많아 보이지만, 새로운 땅에서 꾸는 ‘꿈’의 열기로 녹일 수 있다면 정말 안성맞춤일 것입니다.   <David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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