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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5일 일요일

영어, 이런 공부 어떠세요?

영어 공부 – 참 많이 듣고 많이 하는 말이다. 요즘은 유치원 시절부터 영어 공부로 ‘야단법석’이라지만, 누구든 중학생이 되고 나면 그때부터 대학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자주 듣고 자주 하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영어 공부’일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그 말이 부담으로 차오르면 ‘영어 공부’ 책도 사보고, 마음먹고 온라인 강좌도 들어보고, 더 큰마음 먹고 학원에도 등록해보고, 그러다 새해가 되면 ‘올해 버킷 리스트’에 ‘영어 마스터’라고 써놓기도 한다.

공이나 사나

우리는 흔히 영어 공부의 문제를 말할 때 공교육을 거론한다. 수업 시간으로 치자면 ‘주요 과목’이라며 다른 과목보다 더 많은 시간을 배정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읽는 것도 제대로 못 해, 암호 해독하듯 문장을 거꾸로 해석하는 이들도 많으니까.

맞다. 문제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자. 대학생이 되어서 혹은 직장인이 되어서 비효율적인 공교육을 탓하며 고르고 골라 찾아간 학원에서는 영어 실력이 쑥쑥 오르던가? 모두가 쑥쑥은 아닌 듯 하다. 왜냐하면, 그렇게 스스로 영어 학원을 찾은 대학생과 직장인들 상당수도 여전히 영어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곤 하니까. 그래서 새해가 되면 ‘올해 버킷 리스트’에 또다시 ‘영어 마스터’라고 써놓곤 하니까.

공부에 관한 한 학원이 공교육보다 나을 것이다. 경쟁으로 먹고사는 학원은 수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공교육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는 보완했을 테니 말이다. 우열반이 없는 공교육에서 능률이 떨어지는 것을 알기에, 학원은 레벨 테스트를 거쳐 반 편성을 하기도 한다. 문법과 독해 중심 교육이 문제라니, 문법 필요 없이 직독직해를 가르친다는 문구를 내걸기도 한다. 회화가 부족하다니 회화반, 그것도 외국인 회화반도 있다. 작문 수준이 형편없다니, 작문만 가르치는 학원도 있다. 그것도 수준별로. 모두 공교육의 문제를 보완하고,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춘 과정들이다.

또한, 수요자(수강생)도 다르다. 수동적인 학습이 아니라 능동적인 학습이다. 스스로 필요해서 학원에 등록한다. 그것도 학원을 고르고 교사를 골라서.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열정과 의욕을 챙겨 들고, 마음에 드는 수업에 참여한 것이다. 게다가 그 수강생들은 이미 공교육의 혜택도 받았다. 기본 단어는 알고, 최소한 주어 동사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그러니 학원이 학교보다 나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문법 위주 탈피, 직독직해, 회화반, 수준별 반 편성 등등 공교육과는 다른 방법을 선택했는데, 왜 엄청난 향상이 없고 영어 앞에 서면 여전히 작아지는 걸까? 답은 공교육에서 사교육으로 옷은 갈아입었지만, 사람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의지적 행동

언어 공부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수학을 배운다. ‘주요 과목’이라 다른 과목에 비해 수업 시간이 많다. 어떤가? 다들 수학 잘할까? 지금은 아니더라도, 학교 다닐 때는 다들 척척 풀었던가? 역사는 어떤가? 다들 척척이었나? 영어는 언어이므로 수학이나 역사와는 다르다고? 물론 다르다. 수학도 역사와 다르고 역사는 생물과 다르고 생물은 지리와 다르고, 다 다르다. 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그 모두가 원래 내가 모르던 것, 그래서 배워 익혀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고, 그래서 익히려는 의지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영어 공부를 국어 공부와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비교할 수는 없다. 국어는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듣는 말이다. 알아듣건 아니건, 어머니는 아기를 안고 온갖 이야기를 하며 어른다. ‘내가 네 엄마’라며 한 어절씩 끊어서 반복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가 모국어라 하는 그걸 영어로는 ‘어머니 혀(mother tongue)’라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에게서 들은 언어, 다시 말해서 어머니가 교사인 교실에서 온종일 자연스레 ‘외움 당한’ 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외국어인 영어는 자연스러운 ‘외움 당함’도 없고, 제아무리 한다 한들 ‘온종일’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누군가는 물을지 모른다. ‘그래도 6년이나 배웠는데 한마디도 못 하는 건 너무 한 거 아니야?’ 답은 여기에 있다. 하고 싶은 그 말을 외운 적 있는가? 구구단도 외워서 쓰지 않던가? 우리가 즐겨 부르는 노래 가사는 우리가 외운 것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나라 이름도 우리가 외운 것이다. 의지적으로 수십 번 되뇌며 ‘외우’든, 저도 모르게 수십 번 그 정보에 노출돼서 자연스레 ‘외워지’든, 어떤 방식으로든 외우지 않은 것은 우리 입에서 나올 수가 없다. 영어로 말을 하고 싶다면 영어책을 눈으로 읽고 덮을 것이 아니라 입으로 외워야 한다.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이 눈으로 악보 공부만 한다면 피아노를 칠 수 있을까? 도레미라도 치려면 건반을 눌러봐야 하고, 토막말이라도 하려면 입으로 말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홍수 때 귀한 것은 물

서점을 둘러보면 영어 공부 관련 책이 참 많다.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말라는 책도 있고, 한 달이면 된다는 둥, 석 달이면 된다는 둥, 영어를 익히는 데 그리 오랜 시간 걸리지 않을 것 같다. ‘몇 년간 죽어라 공부해도 안 되던 영어, 이렇게 한 달 하니 되더라’는 식이다.

물론, 한 달, 혹은 석 달 공부로 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그 책이 말하는 ‘한 달, 혹은 석 달 공부’ 전 그 사람의 영어 수준이다. 위의 문구를 되짚어보자. 몇 년간 죽어라 공부했단다. 그 죽어라 공부한 것이 어디로 갔을까? 그거 다 백지상태로 포맷해버리고 ABC부터 다시 시작했다는 걸까? 그 공부한 것은 뇌 어딘가에 쌓여 있고, 거기서부터 시작한 것 아닌가? 그래서 그런 선동적인 문구는 이렇게 바로 잡아 읽어야 한다. ‘몇 년간 죽어라 공부해도 실력이 늘지 않아 포기하려다가 이런 방법으로 했더니, 한 달 만에 이만큼 하게 됐다. 죽어라 공부해도 실력이 늘지 않아 고민이라면 이 방법으로 해보라!’

온통 물천지인 홍수 때 정작 가장 귀한 것은 마실 물이라 했다. 판이 클수록 장사치가 몰려들고, 그네들이 풀어놓는 쓰레기에 파묻혀 보석 같은 정보는 찾기도 힘들다. 정말 영어를 익히려면 선동적인 문구를 달고 있는 책은 밀쳐두자. 그리고 장사치가 아닌 고수의 말을 듣자. 그런 고수는 선동적인 책에서 만나기 쉽지 않다. 왜냐하면, 공부는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니까.

어떤 시간표

미국 국무부 산하에 FSI(Foreign Service Institute)라는 외국어 훈련 센터가 있다. 미국 국무부 직원들과 외교관들의 어학 교육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 연구소에서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외국어를 배우는 데 얼마나 힘이 드는지 언어별로 조사한 자료가 있다. 대상은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으로, 해당 언어를 배운 적이 없고, 언어 학습 적성이 평균 정도인 영어권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말하기와 읽기 모두 레벨3 수준으로 익히는 데 필요한 시간을 따져 언어의 난이도를 분류했다. FSI의 언어 레벨 단계는 평가 불가능한 0단계부터 능숙한 수준인 5단계까지 있다. 그러니까 여기서 말하는 레벨3은 중간 정도 실력이다.

이 자료에 의하면 한국어는 아랍어, 중국어, 일본어와 함께 영어권 외국인이 가장 배우기 힘든 언어 중 하나다. 읽기(Reading)와 말하기(Speaking)가 중간 수준에 이르려면 수업 시간이 2,200시간(88주)이 필요하단다. 대략 1년 10개월이다. 바꿔말하면, 한국어가 모국어인 우리가 영어를 레벨3 수준으로 익히려면 저만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주당 공부 시간이 25시간이고, 주 6일 공부로 계산하면 하루 4시간이 약간 넘는다. 상당한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깔고 있는 것이 있다. 저 시간은 ‘(1)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으로, (2) 해당 언어를 배운 적이 없고, (3) 언어 학습 적성이 평균 정도인 영어권 사람’이 레벨3 수준에 오르는 시간이다. 1번과 3번은 우리와 같지만, 2번은 다르다. 미국인들은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지 않았지만, 우리는 싫든 좋든 잘했든 못했든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배웠다. 그리고 그 6년간 영어 수업 시간이 약 700시간이란다. 2,200시간에서 이 숫자를 빼면 1,500시간으로 줄어든다. 물론, 저 700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공교육 외에 영어 공부는 어떻게 했는지, 그렇게 공부한 후 지금까지 얼마나 지났는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공부했는지 등 여러 요인에 따라 현재 수준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중고등학생 시절 영어 공부를 제아무리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처럼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런 마음으로 마지막 영어 공부를 하려는 분들에게 듣기(Listening)와 말하기(Speaking)에 중점 두고 한 가지 공부 방법을 전한다. 물론, 언어 공부에 경계가 없다. 듣기와 말하기에 중점을 뒀다지만, 일반적인 영어 공부라 해도 무방하다.

이런 영어 공부 어떠세요?

언어 배우기

1 단어를 알아야 한다.

언어의 기본은 단어다. 건축으로 치자면 단어는 벽돌과 목재 같은 자재다. 아무리 건축 문외한이 집을 짓는다 해도, 현장에서 벽돌 한 장 한 장 구우며 집을 짓지는 않는다. 벽돌 한 장 놓고, 도면 보고, 또 벽돌이 필요하니 벽돌 한 장 굽고, 도면 보고, 일이 되지 않는다. 기본 자재와 도구는 챙기고 집을 짓듯, 기본 단어는 챙기고 시작하자.

많은 이들이 단어만 모아서 외우지 말고 처음부터 쉬운 책을 읽으며 자주 접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그렇게 단어를 익힌다고 말하면서. 맞는 이야기다. 유치원 어린아이가 단어장 들고 외우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어머니의 혀’로부터 배우는 모국어(mother tongue), 다시 말해 DNA 언어일 때 해당한다.

아무리 쉬운 책이라도 아는 단어가 없는데 읽히기나 할까? 그런 상태에서 ‘쉬운 책’이 있기나 하며, ‘재미있는 책’이 있기나 할까? 설령 쉬운 책을 끝까지 훑어본다 한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 찾아 정리하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눈으로 보고 대충 의미를 생각하다 지나가는 방식이라면, 그렇게 해서 기본 단어를 익숙하게 하려면 몇 권의 책을 봐야 하고, 시간은 또 얼마나 걸릴까? 아는 단어도 없이 책을 펼쳐 들고 스트레스받는 저 방법이 과연 쉽고 재미있는 공부일까?

우리는 성인이다. 어린아이는 영어든 독일어든 핀란드어든, 무슨 소리인지 몰라도 날마다 TV 앞에 앉아 그림만 보고 깔깔거리며 보고 또 보지만, 보편적인 성인은 그게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영어 공부하겠다는 목표가 있는지라, 블라블라 들리는 그 소리에 신경 쓰다 저도 모르게 ‘한산섬 달 밝은 밤 깊은 시름’에 공감하며 지그시 눈을 감을 것이다. 어찌할까?

답은 있다. 기본 단어는 외우자. 묻지 말고 외우자. 덮어놓고 외우자. 그렇게 기본 단어를 외우고 나서 쉬운 영어책을 펼치면 대부분 아는 단어들이다. 중고등학생 시절 들고 있던 우선순위 영어단어라면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합쳐 대략 3천 단어쯤이다. 일상 회화에서도 대개 3, 4천 단어를 말한다. 어떤 단어집이든 기본 단어라 되어 있고, 3천 단어 내외 수준이라면 무조건 집어 들고 단시일에 끝내자. 하루 백 개면 한 달이다. 이게 힘들다면 최소한 중학교 기본 단어만이라도 끝내자. 아무리 길어도 한 달을 넘기지 말자. 완벽 암기라면 좋지만, 그것까지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책을 펼쳤을 때 읽히는 정도면 된다. 단어의 쓰임새 캐치는 뒤로 미루자.

2 단어는 홀로 서지 않는다.

기본단어를 익혔으면 이제 ‘비로소’ 공부 시작이다. 꿈에 그리던 마지막 영어 공부 말이다. 단어는 문장에서 의미가 살아난다. 어떤 이들이 처음부터 하라던 그 방법 – 문장 속에서 단어 익히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법은 달리하자. 이런 방법이다. 먼저 음성 파일이 있는 초급 수준의 책을 선택하자. 듣고 따라 읽으며 단어를 확인하자. 나열된 단어의 배열도 눈여겨보자. 그 책에 있는 모든 단어의 의미를 확인하고, 모르는 단어는 노트를 만들자. 이미 기본 단어를 암기했고, 초급 수준의 책이라면, 낯선 단어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읽으면서 확인하자. 명사는 밑줄, 동사는 V, 전치사는 사선, 접속사는 물결표시, 관계사는 삼각형 등. 무슨 짓이냐고? 구조를 익히는 과정이다. 문법이라면 거부 반응이 많으니, 문법 공부 말고, 구조 익히기다. 집을 지을 때 설계도에 따라 벽돌을 놓고 기둥을 세우듯, 단어도 그렇게 쓰임새에 따라 놓는다. 가우디 건축물 앞에 서서 벽돌과 기둥의 짜임새를 보며 감탄하듯, 그런 황홀한 눈길로 단어를 살펴보자. 하다 보면 각 단어의 위치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따지지 말고 해보자.

공부에 관한 책 중에서 가장 많은 책이 영어 공부에 관한 책일 것이다. 저마다 자신의 방법이 최고란다. 심지어 문법이 전혀 필요 없다는 소리마저 있다. 길거리 ‘헬로 찹찹!’을 우리가 배워야 할 영어라 생각하는 건지. 학교에 다니지 않아 국문법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한글로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한글이 ‘어머니 혀(mother tongue)’ 언어, DNA 언어이기 때문인 것 아닌가? 하지만, 우리도 우리글을 제대로 쓰려면 국문법을 알아야 하지 않던가? 맞춤법에 어긋난 글을 잘 쓴 글이라 하던가? 우리 말글살이가 어디 그리 쉽던가? 은유법이니 직유법이니 대유법이니, 문법 용어는 모른다 하더라도, 쓰임새와 흐름은 알아야 한다.

장담하지만, 영문법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영어 강사들도 그 사람이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어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영문법 책은 거쳤다. 그 후 영어 공부를 다른 방식으로 했다 하더라도, 이미 공부한 영문법의 토대 위에서 공부한 것이다. 자신이 익힌 영문법이 너무 세세한 것이어서 과하다고 말한다면 모를까, ‘영문법이 필요 없다’는 말은 그냥 피식 웃어넘기자. 아! 가능할 수도 있겠다. 저 사람이 말하는 영어 공부가 ‘헬로 찹찹’ 길거리 영어라면.

구문론 중심의 영문법 책은 꼭 살펴보자. 문장 구조를 설명한 책 한 권이면 된다. 위에서 말한 ‘문장 구조 익히기’를 했다면 술술 읽힐 것이다. 그게 바로 구문론 공부니까. 이 책도 이따금 뒤적이며 익숙하게 하자. 가장 집중이 잘되는 곳이 ‘침상, 마상, 변상’이라니, 침대 옆도 좋고, 화장실도 좋다. 어디서든 한 대목 읽을 수 있도록 놓아두자.

3 소리 내 읽자.

영어 고수들의 이야기에서 공통점을 찾아보면, 다들 적당한 책 하나 손에 들고, 소리 내 읽고 또 읽으며, 가능한 한 단시간에 그 책을 암기 수준으로 끌어올렸단다. 여기서 포인트는 ‘적당한 책’ ‘읽고 또 읽으며’ ‘단시간’이다. 기본 단어에 익숙해졌다면, 적당한 책을 선택하자. 약간 쉽다고 느껴지는 책이 좋을 수 있다. 그런 책이라면 진도도 빨리 나갈 수 있고, 그래서 성취도가 높을 수 있으니까.

초급 수준의 책이라면 문장도 간결하고 일상 회화에서 쓸 만한 문장도 많다. 소리 내어 읽고 또 읽자. 의지적 반복 노출이든 자연스러운 반복 노출이든, 우리 머리는 그런 반복을 통해 낯선 정보를 기억한다. 소리 내 읽는 것의 효과는 엄청나다. 읽기 능력 향상은 기본이고, 문장 구조가 보이며, 듣기 능력 향상은 물론 말하기 능력 향상과 브레인스토밍 능력도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눈으로 글자를 보며 입으로 읽고 그 소리를 자신의 귀로 듣는 그 과정에서, 낯선 단어는 우리 눈으로 들어와 우리 몸속을 흘러 입으로 나갔다가, 다시 우리 귀로 들어와 우리 몸속 DNA를 터치하며 기억이라는 파일을 만드니까.

음성 파일이 정상 속도로 녹음된 것이라면, 최소한 그 정도 속도가 나올 때까지 음성 파일을 들으며 읽고 또 읽자. 중요한 것은 반드시 입으로 소리 내 읽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시간을 체크해보자. 소리 내 읽는 속도가 1분에 150단어는 넘어야 한다. 이것이 원어민 평균 속도니까. 말하기 위해 소리 내 읽어야 하고, 듣기 위해 소리 내 읽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속도를 올려야 한다. 상대방의 말하는 속도에 이르지 못하면, 처음 한두 마디 듣고 바로 멘붕이니까. 물론, 여행 중 만난 외국인에게는 ‘쏘리’나 ‘파던’으로 천천히 해달라 하겠지만, 어디 뉴스가 그렇고 학교 강의가 그렇던가? 우리 목표가 ‘헬로 찹찹!’ 수준의 길거리 채팅이 아니라면, 속도는 필수다. 방법은 정확한 발음으로 읽을 것. 최소한 1분에 150단어. 목표는 1분에 180단어. 입을 속사포로 만들자. 그래야 CNN이 들린다.

가능한 한 단시간이다. 반복을 통해 암기한다고 했지만, 실은 암기는 반복보다는 ‘충격 강도(의미)’에 따른다. 단 한 번 본 어느 특별한 순간이 평생 잊히지 않는 것이 바로 그 충격 강도(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단 한 번 망치질이지만, 그 충격이 강해 뇌 깊은 곳까지 파고든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공부는 그렇게 충격 강도가 높지 않다. 그래서 공부로 익힌 것은 뇌 깊은 곳에 들어가지 못하고 겉에 머물고, 그래서 쉽게 잊힌다. 그래서 반복이다. 약한 충격이라도 횟수를 높이면 그 충격도 쌓여 커지니까. 그런데 우리 몸은 뇌세포에 전해진 그 충격을 회복하려는 작용, 원래의 상태인 백지상태로 회복하려는 망각 작용이 있다. 가능한 한 이게 작동할 시간을 주지 말자. 먼저 충격이 사라지기 전에 다음 충격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단시간이고, 그래서 읽고 또 읽고, 반복이다. 그렇게 계속 충격을 주면, 그렇게 계속 때려 박으면, 결국 그 정보는 우리 뇌 깊은 곳으로 들어가 ‘영어식 사고’ 파일을 만들 것이다.

4 자신의 이야기를 쓰자.

흔히 일기를 쓰라고 한다. 하지만 일기라면 초등학교 시절 교사가 검사하던 기억 때문인지 거부감이 들고, 막상 쓰려니 날마다 비슷해서 쓸 것도 별로 없다. 그렇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옮겨보자. 그날 가족과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을 영어로 옮겨도 좋고, 길을 걸으며 본 풍경을 영어로 옮겨도 좋다. 무엇이든 쓰고, 소리 내 읽자.

그렇게 영어로 쓸 줄 알면 지금 왜 이 글을 보고 있냐고? 맞다. 하지만 여기서 저널을 쓰라는 것은 완벽한 문장을 쓰라는 것이 아니다. 틀리면 어때! 이게 어디 토플 시험이고, 입사 시험인가? 그냥 쓰면 돼! 왜냐고? 일석이조를 넘어 일석삼조, 사조, 오조니까!

그렇게 틀린 문장이라도 쓰면서 스트레스 팍 받으며 좌절을 거쳐 다시 학습 의욕을 불태우는 효과도 있고, 외운 단어 써먹으며 ‘어라 너 여기 있네!’ 확인하는 즐거움도 있고, 하고 싶은 말을 적절하게 살릴 영어 단어를 몰라 사전이라도 찾는다면 새로운 단어를 익히는 즐거움도 있고, 엉터리 문장이지만 문장을 썼다는 뿌듯함이 학습 열정을 끌어 올리고, 그러다 이 문장이 맞나 틀리나 살피려고 인터넷 검색 창에 넣고 확인해 본다면 거기서 더 많은 영어에 노출되고 노출되고 반복되고 반복되고. 일석오조 정도가 아닌, 일석백조 반복 노출, 영어 DNA 형성의 방법이니까. 게다가 그렇게 자신이 쓴 글을 소리 내 읽는 것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일상을 영어로 이야기하는 ‘영어 프리젠테이션’ 연습이니까.

야단법석

야단법석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원래 의미는 절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와 법당이 좁아 법당 밖 뜰에 설치한 설법하는 자리가 야단법석(野壇法席)이다. 영어 공부는 유치원부터 야단법석 맞다. 공교육이 모자라 교실 밖으로 나와서 배우니까.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야단법석(惹端法席)은 저 의미가 아니라 ‘소란스럽게 떠드는 모양’을 말한다.

그랬단다. 법당이 좁아 뜰(野) 앞자리에 단(壇)을 놓고 그 위에 설법하는 자리인 법석(法席)을 차린 후 고승이 올라 설법을 한다. 설법이 중간 쯤 가자, 저 뒤쪽에서 웅성거림이 있고, 사람들이 술렁거린다. 고승의 말씀이 좋아 더 잘 듣기 위해 앞자리로 옮기려는 이들의 소란이기도 하고, 고승의 말씀이 자신의 의견과 달라 옆 사람에게 묻다가 그게 커져 의견 충돌이 일어나 소란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영어 공부도 야단법석(惹端法席) 맞다.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해외 어학연수로, 이리저리 법석을 바꾸며 전국이 소란스럽다. 회화 중심 영어 교육을 외친지 한 세대가 훌쩍 지났는데도 여전하다. 학교 교육이 문제라며 핏대를 올리던 학원은 지난 한 세대 동안 도대체 무얼 한 것일까?

혹자는 이 글을 읽으며 ‘별거 아니다’ 말할지도 모른다. 맞다. 별거 아니다. 그런데 ‘그 별거 아닌 것’은 하지 않고 ‘야단’스레 ‘법석’만 찾으니 문제다. 예로부터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했다. 영어가 필요하면 이 별거 아닌 것을 해보자.

영어는 도구다. 도구는 그 도구가 필요한 사람에게 요긴한 것이지, 필요치 않은 사람에게는 ‘개 발에 편자’일 뿐이다. 영어 없이 살아도 지장이 없다면 구태여 배울 일도 아니다. 하지만, 짜깁기 오역투성이 번역서에 진절머리 나고, 5천만 명이 아닌 수십억 명의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다면 익히자. 그리고 힘들여 익힌 영어, 그만큼 요긴하게 사용하자. 끝으로 고등학생 시절 봤을 시구 한 줄 남긴다.

“Dripping water hollows out stone, not through force, but through persistence.”
– 물방울은 바위를 뚫습니다. 힘이 아니라, 떨어지고 또 떨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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