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달라지는 새 NOC (National Occupational Classification)

이민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가서 무얼 할까?’일 듯합니다. 현재 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고, 이민이라는 높다란 장벽을 넘으려면 어떤 직업이 유리한지 궁금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은 NOC에 있습니다.

NOC는 캐나다 정부가 자국의 노동시장을 분석해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한 업종을 선별 분류한 ‘캐나다 직업분류기준’입니다. 당연히 이민하려면 NOC에 들어 있는 직업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변화가 있습니다.

캐나다 연방 이민부는 오는 11월부터 완전히 달라진 새 NOC를 적용해서 영주권 신청을 받을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16개 직업군이 연방 ‘경제 이민’ 대상 직종에 새롭게 포함되는 한편 ‘대서양연안주 이민(AIP)’ 지원 가능 직종도 다소 변경될 것으로 보입니다.

익스프레스 엔트리나 PNP(주정부 추천이민)를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비록 전문변호사나 이주공사에 서류 수속을 맡긴다 하더라도 NOC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이해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행 기관의 도움 없이 혼자서 이민을 준비한다면 더더욱 NOC 기준에 따른 직업분류의 범주와 11월부터 달라지는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실수나 오류 없이 정확하게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NOC 환골탈태(換骨奪胎)의 배경

캐나다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라 연방 고용사회개발부(고용부)와 통계청은 NOC에 대해 매 5년마다 부분 수정을 하고 10년에 한 번은 대폭적인 개편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편은 ‘대폭 손질’을 넘어서 시스템을 바꾼다는 점에서 마치 새로운 제도로 보일 정도입니다. 기존의 NOC는 ‘NOC 2016 버전 1.3’으로 불리는데, 11월부터 적용되는 새 제도는 ‘NOC 2021 버전 1.0’으로 명명됐습니다.

고용부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 ‘NOC 2016’은 ‘광범위한 직업 분류’와 ‘기술 수준’이라는 두 요인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광범위한 직업 분류’란 표현은 의료 관련 직업군, 판매 서비스 직업군 등 직업의 유형을 규정한 것이고 ‘기술 수준(Skill Level)’은 분류된 직업에서 임무 수행에 필요한 교육 및 훈련의 양과 종류를 가시적인 수치로 나타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NOC 개정의 초점은 이 ‘Skill Level’을 대체하는 데 맞춰졌습니다. 그간 ‘Skill’을 중심으로 직업을 구분했을 때 수치화하기 어려운 인적 자본은 원천적으로 분석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니까요. 연방정부는 이런 여론을 청취한 뒤 기존의 NOC 시스템으로는 개인의 종합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폭 손질하게 된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NOC 2021’은 단순히 기술을 기초로 직업을 분류하는 데서 오는 제한 요인을 배제하고 한 개인의 교육과 경험에 무게 중심을 두고 직업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NOC 2016에서 Skill Level을 ‘높다’, ‘낮다’ 등으로 구분하는 데서 오는 무의식적 차별 또한 없애겠다는 취지입니다.

특히 NOC 2016에서 ‘Skill Level B’가 이런 장애요인 중 가장 큰 부분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고 고용부는 설명했습니다. 비교적 광범위한 공식 훈련 또는 교육 수준에 대한 요구 사항이 큰 편인 Skill Level B는 커뮤니티 칼리지, 기술 연구소 또는 CÉGEP*에서 2~3년의 고등 교육을 받거나 2~5년의 견습 훈련이 필요한 모든 직업이 포함됩니다. 그러다 보니 Skill Level B는 전체 직업의 42%, 211개의 직업군을 포함하는데 이는 다른 직업군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해져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방정부는 NOC 2016의 분류기준을 완전히 없애버리고 Skill Level이 아니라 TEER(Training, Education, Experience and Responsibilities)로 불리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TEER는 여섯 단계∙다섯 자리 코드

연방 통계청은 어떤 특정 직업에서 요구하는 학력과 업무경력 수준을 판정하는데 명확한 기준을 보여주기 위해 TEER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NOC 2016은 Skill Level을 기준으로 네 가지 범주로 나누고 관리자 직군을 더해 다섯 가지 등급으로 구분해 네 자리 코드를 부여했습니다. ▲Type 0은 관리자 직군 ▲Level A는 주로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를 필요로 하는 직종 ▲Level B는 보통 2년제 대학 수료증이나 도제식 교육을 이수해야 취업이 가능한 직종 ▲Level C는 정육사, 트럭 운전사, 서버 등 고등학교 졸업 학력만 있으면 취업 가능한 직종 ▲Level D는 청소부, 과일 수확 근로자 등 간단한 현장교육만 받으면 취업 가능한 직종 등으로 구분했습니다.

NOC 2021

NOC 2021 에서는 직업군이 TEER 0부터 5까지 여섯 가지로 나뉘고 고유번호도 다섯 자리로 바뀌었습니다. ▲TEER 0은 관리자 직종 ▲TEER 1은 학사학위 이상 학력을 필요로 하는 직종 또는 TEER 2에서 지정한 직업을 일정 연한 경력을 쌓아야 취업이 가능한 직종 ▲TEER 2는 2년제 또는 3년제 대학을 졸업하거나 직업 교육을 2년에서 5년간 이수한 사람 또는 경찰, 소방관 등 감독 및 안전 책임을 져야 하는 직종, 그리고 TEER 3에서 지정된 직업 가운데 일정 연한 경력을 쌓아야 취업이 가능한 직종 ▲TEER 3은 2년 이하의 칼리지 과정을 수료하고 직업 교육을 2년 이하 받은 사람 및 고등학교 졸업학력으로 6개월 이상 취업교육을 받고 특정한 업무 경력을 쌓은 사람, 또는 TEER 4에서 지정한 특정 직종에서 일정 연한 경력을 쌓은 사람 ▲TEER 4는 고등학교 졸업, 또는 현장 교육을 3~4주 받았거나 TEER 5에서 지정된 직종에서 일정 연한 경력을 쌓은 사람 ▲TEER 5는 공식적인 학력 인증 없이도 단기간에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단순근로직 등입니다.

NOC 2016 과 2021은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는 바람에 각각의 등급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다소 거칠게나마 아래 표와 같이 대응시킬 수 있습니다. 전체 직업군의 42%를 차지하던 Level B가 TEER 2와 3으로 쪼개져 각각 31%와 14%의 비중을 차지하는 별도의 등급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자료: 통계청>

TEER 레벨과 직업코드는 두 가지 방법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NOC 2016 코드를 알 경우에는 통계청 홈페이지를 방문해 변환하면 되고 만일 자신의 직업 코드를 알지 못할 때는 연방 고용부 홈페이지 에서 새로운 코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때 새 코드의 두번째 숫자가 TEER Level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웹디자이너의 NOC 코드는 버전 2021에서 21233으로 바뀌는데 이 때 두번째 자리의 1이 내 직업이 속하는 범주, 즉 TEER 1 이란 걸 나타냅니다.

11월부터 달라지는 것들

새 NOC가 적용되면 TEER 0, 1, 2, 3에 해당되는 직업군의 경험자만 익스프레스 엔트리 지원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NOC 2016에서는 직업군이 500개였었지만, NOC 2021은 516개로 늘어나 아래와 같이 16개 직업군이 ‘익스프레스 엔트리 지원 가능 업종’에 새롭게 포함됐습니다.

• Payroll administrators; 인사부서에서 급여 관리를 하는 직원
• Dental assistants and dental laboratory assistants; 치과 보조 및 치기공사 보조
• Nurse aides, orderlies and patient service associates; 간호보조, 잡역부, 환자 돌보미
• Pharmacy technical assistants and pharmacy assistants; 약국에서 약사 지시를 받아 처방약을 개별 포장하는 직원, 약사와 테크니션의 지시를 받아 약국에서 재고관리, 캐시어 등 단순업무를 맡는 직원.
• Elementary and secondary school teacher assistants; 초등 및 고등학교 보조교사
• Sheriffs and bailiffs; 법원 소속으로 법정의 결정을 강제집행하는 사람. 집달리 혹은 집행관.
• Correctional service officers; 교도관
• Bylaw enforcement and other regulatory officers;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시 조례 위반(주차위반 등)을 단속하는 공무원.
• Estheticians, electrologists and related occupations; 피부관리사, 왁서(제모사: 除毛士) 및 관련 직군
• Residential and commercial installers and servicers; 일반주택 및 상가, 사무실 설치 기사 (창문, 빗물받이, 온수탱크, 담장 등을 건조물에 설치하거나 수리해 주는 기사)
• Pest controllers and fumigators; 해충 박멸 기사
• Other repairers and servicers; 기타 수리기사
• Transport truck drivers; 트럭운전기사
• Bus drivers, subway operators and other transit operators; 버스, 지하철 운전기사 및 대중교통수단 운행 기술자
• Heavy equipment operators; 중장비 기사
• Aircraft assemblers and aircraft assembly inspectors. 비행기 조립 및 조립 검사역

반면 아래 3개 업종은 11월부터 익스프레스 엔트리에 지원할 수 없게 됩니다. 다만 익스프레스 엔트리를 제외한 PNP 같은 다른 이민 프로그램에는 여전히 지원이 가능합니다.

• Other performers; 배우, 코미디언 등을 제외한 기타 공연 종사자
• Program leaders and instructors in recreation, sport and fitness; 레크리에이션, 운동경기, 피트니스 등의 강사, 인솔자
• Tailors, dressmakers, furriers and Milliners; 재단사, 양재사, 모피관리사, 제모사(製帽士)

AIP도 대상 직업군에 변동이 있을 전망입니다. 그런데 AIP는 대서양 연안 4개 주가 합동으로 지원자를 받는데다 사용자 위주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어떤 직종이 새로 포함되거나 제외될지 최종결정이 날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열공’이 필요한 캐나다 이민

보통 PNP에서는 NOC 코드를 기준으로 특정 직업군의 지원자를 가려서 추첨에 초대하거나 아예 특정 분야의 지원자만 추첨풀에 넣기도 합니다. 앞서 소개한 ‘사스케츄완주 긴급구인 스트림’이나 ‘브리티시콜럼비아주 테크이민’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렇게 NOC는 이민제도 운용에 반드시 적용되는 기준이기도 하지만 고용부가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에게 적용하는 노동시장영향평가(LMIA) 역시 이 NOC를 기준으로 실시된다는 점에서 이민이나 취업에 관심 있는 분들은 개편 방향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캐나다 경제 이민 경로는 80여가지가 넘는다고 하는데 지원자 입장에서는 세부적으로 꼼꼼하게 공부해야 완전한 그림을 맞출 수 있는 일종의 퍼즐같아 보입니다. 그러고 보면 캐나다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이민 스트림 가운데 만만하게 볼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는 듯합니다. 관련 자료를 찾아 꼼꼼하게 읽고 챙기는 것이 답입니다.   <David Park>

* CÉGEP : *Collège d’enseignement général et professionnel 의 약자, 퀘벡주 고등학생들이 17세부터 시작할 수 있는 일종의 직업학교